언제까지 만화를 때려잡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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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성세대는 만화를 마녀사냥의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이 사회를 타락시킨 주범으로 만화를 지목하고,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몇 년전 천국의 신화로 고소를 당한 이현세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얼마전 1심 공판에서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당한 것으로 기억한다.
1. 과연 <천국의 신화>가 포르노성 음란물인가?
과연 이현세 정도 되는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음란 시비가 일어날 경우 얼마나 큰 피해를 당하는지 정도는 알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몇푼 되지 않는 돈을 벌어보겠다고 음란한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검찰의 오만이다. 그런 의견에 대해 이현세는 이렇게 말했다. "20년동안 만화를 그려오면서 음란 시비에 휘말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 작품을 사회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만두어야지. 만화가에겐 창작의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치 않고, 쓸 때도 두렵다. <천국의 신화>를 그리기 위해 10년 이상 광범위한 소재를 수집했다. 역사, 신화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의 복식, 화장, 활모양, 토기, 식생 등 옥수수 하나를 그리는 데도 옥수수가 언제부터 있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2001년까지 백권에 이르는 <천국의 신화>에 전념하기 위해 다른 연재물을 마무리 지었다. 포르노를 그리기 위해 이런 투자를 한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다." 세상엔 노동자, 장사꾼, 샐러리맨들처럼 빵을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지쳤을 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이현세나 박찬호 같은 사람이 있고, 그 빵을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정치인, 검찰 같은 사람들은 그 마지막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생각해보자.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빵을 크게 만드는데 거의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이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의 사람들을 깔보고 깔아뭉갠다. 이현세를 비롯한 만화가들을 기소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신처럼 자기들이 이 세상을 재단할 수 있다 고 착각하는 것 같다. 대단한 검찰분들. 고부가가 치 산업이라고 장려는 못해줄망정 쪽박은 왜 깨나? 케케묵은 쥬라기 공원과 현대자동차의 수출액 비교 가 아니더라도 이제 만화, 게임, 영화 산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이다. 활력을 불러일 으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부가가치마저 창출 해내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당신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나 깨달았으면 좋겠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을 때 보수 정치인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며, 이미 진실이 밝혀졌으니 사면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나 역시 법에도 눈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처벌보다는 그 사람이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 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없는 서민 들에게 칼질만 해대는 게 대한민국 법이지 않은가? 이현세 같은 인물도 콩밥을 먹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예술가가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겠는가? 보수적인 조선일보 조차도 그 당시 만 물상을 통해 "빨간 마후라 사건 이후 당국은 근본 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규제 강화에 급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대한 검 찰 조사다. 하지만 검찰이 문제 삼은 장면은 (보수 적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간행물 윤리위 원회 심의에서조차 경미한 '주의' 조치를 받았고, 아동용은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본 독자들은 검증이 불가능한 당시의 역사를 상상으로 재현해낸 작가의 노력에 경탄하면 했지 포르노로 생각지 않는 다"라고 했다.
2.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성인문화 억압하기
대한민국에 문화정책은 없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부 와 검찰과 YWCA 같은 단체는 자기들은 성인군자인 데, 만화 등 다른 유해매체들이 청소년들에게 악영 향을 미쳐서 청소년들이 저렇게 되었다는 식이다. 한 법학도는 만화가를 위시한 대중예술가들의 권리 남용여부(위법성 여부), 청소년 보호라는 법익이 창 작, 표현의 자유 및 독자의 행복추구권 그리고 지적 재산보다 더 중요한 법익인가의 여부, 만화를 비롯 한 대중매체의 유해성 여부 및 그 구체적 피해 정도 에 대한 입증없이 사법권을 남용해서는 안되며, 설 혹 청소년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반대편인 창작, 표현의 자유, 지적재산, 행복추구권도 함부로 짓밟아선 안될 그 역시 소중한 법익이며, 따라서 이를 부득이하게 침해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최소 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모방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 따위의 추 상적이고도 막연한 이유의 말은 특히 법조계에 몸담 고 있는 사람이 함부로 지껄여선 안된다고 본다. 어 떤 권리라도 그렇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로 침해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으며, 더군다나 창작, 표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도 그런 이유로 침해할 수 있는 그런 시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 왜 그 당시 만화가 들이 한달간 절필하겠다 하고 백주대낮에 서명운동 벌이고 통신에서 만화애호가들이 당신네말로 지랄 발광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는가? 바로 그네들의 권리와 이익이 침해받고 있기 때문 이다. 정말로 진정한 법조인이라면 이 사람들의 권 익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리고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만화 및 문화 탄압이 사회시세를 틈타 대박 터트려 보겠다는, 즉 한건 올 려보겠다는 그런 한탕주의식의 천박한 공명심에 사 로잡히신 게 아닌지 묻고 싶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불법 외국 포르노와 일본성인만화들은 오늘도 뒷골목에서 판을 치는데, 근엄하신 우리의 검사님들은 정식출판되어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우리 만화책을 왜 질책하고 있나? 자신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천국의 신화>나 스포츠 신문 만화가 그렇 게 유해하다면 그동안 방치해 둔 것에 대해서는 뭐 라고 변명할 건지에 대해 묻고 싶다.
3. 상상력을 키워주는 만화가 사회문제의 시작(?)
그들은 항상 국민정서를 들먹이지만, 실제 국민정 서는 그들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강하다. 강하고 아주 당당하다. 잡지 출판권을 그 자리에서 박탈할 수 있으며, 단지 한권 팔았다는 이유로 줄줄이 잡아갈 수 있다. 그들은 제도언론과 제도언론에 세뇌당한 중산층 기성세대의 연호를 받 고 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판단은 대중이 하는 것 이다. 사법부가 나서는 일은 될 수 있는 한 없어야 한다. 대중매체를 평가할 때 100명중 99명이 무리없 이 수용하는데 삐뚤어진 단 1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이를 음란, 폭력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같은 우물의 물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는데, 우물의 물을 뱀이 마셨다 고 해서 우물을 메워야 하나? 그리고 청소년 문제는 교육, 가정환경 등 사회제도 자체에 기인함에도 불 구하고 만화와 청소년 문제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검찰의 논리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와 당연히 있어 야할 성인문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근시안적인 발 상이 아닌가? 그들은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저지르는 자신들 의 막중한 죄를 만화가와 힘없는 만화가게 그리고 만화를 보는 아이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짓거리란 게 매질과 매도, 그것도 모자라 공권력을 앞세워 아 예 다시 시작도 못하도록 감금하는 것밖에 없지 않 는가?(빨간 마후라 사건을 생각해보자. 최소한 거기 출연한 여자아이와 카메라를 빌려준 아이에게 도덕 적인 비난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공권력을 내세워 구속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 그 사건으로 성인만화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 다. 그리고 여전히 당국은 노란머리 등급외 판정, 조 PD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 등에서 보듯이 청소 년 보호 등을 앞세워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는 그 배경이나 원인이 단순하지 않으며, 매우 복합적이고도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부 언론의 경쟁적 보도가 낳은 사회적 오 해와는 달리, 청소년 문제에 대한 만화 및 대중매체 의 영향은 결코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공권력은 만화 및 대중매체 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이를 규제함으로써, 진정한 문제해결로부터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생각해 보자. 당시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가를 몇 개 월동안 인신구속했던 즐거운 사라를 다시 읽어보면 왜 이 정도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하는 생각 이 들 것이다. 마광수를 구속한 것으로 그 흐름을 막았던가? 아니 지 않은가? 오히려 그 이후 성의식은 더욱 급변했 다) 만화를 포함한 대중문화가 청소년 문제의 직접적 이고도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는 한갖 추정일 뿐 이 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도리어 만 화 등 대중문화는 청소년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 주 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청소년의 가장 친근한 벗이 다.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근시안적인 규제에 절망감과 함께 분노를 표시한다. 청소년들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공부만 해서 출세해야만 배고픔을 면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와서도 과거의 교육 제도와 만화에 대한 인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강호 동에게 쫄티를 입히는 것이요, 이봉걸 발에 이홍렬 신발신기기인 것이다. 특히 만화는 입시로 몸부림치는 학생들에게 잠시나 마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출구요. 현대에서 요구 되는 융통성과 상상의 공장이다. 학생들은 기성세 대에 대한 반감을 만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고, 한번 쯤 후려치고 싶은 맘도 만화로 중화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4. 국민들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무능력자(?)
97년에 나온 자료를 보면 만화시장의 규모는 대본 소용 500억(6천여권), 만화잡지 895억(광고비 포함 950억), 단행본 100억, 스포츠 신문 연재 단행본 5 0억, 그리고 불법유통(하루 약 150권) 300억, 기타 출판용을 포함해 총 출판만화 4,000억, 애니메이션 7,000억, 팬시, 캐릭터 1조, 관련 음반 2,000억, 컴퓨 터 게임 4,000억, 테마파크 3,000억 등 모두 3조원 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있다.(지금은 시장이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이 다) 이것을 외국에 모두 빼앗겨 버린다면 우리는 자동 차와 전자제품을 얼마나 더 만들어 팔아야 이걸 메 울 수 있을 것인가? 창의적인 우리 민족에겐 만화 시장에서 훨씬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 된다. 문화, 산업, 서비스 등이 외국의 자본들에 속속 개방 되고 있다. 외국의 만화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 속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만화가 분들에게 분발을 부탁드리고, 조금 더 인내 해주길 바라는 건 만화 애호가들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일본 만화에 우리 청소년들이 빠져드는 이 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본만화는 스토리 라인, 캐릭터가 강렬하며, 거의 무제한의 자유 분위기에서 상상력을 키운데다, 일본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작품들만을 골라 수입하 기 때문에 국내만화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난게 당연 하다. 그렇게 우릴 경악시키는 우수작들은 우리가 모르는 수천여 작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절대로 문화는 비닐 하우스에서처럼 의도한 대로 필요 품종만 양산될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나?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들이 제대로 알지 도 못하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문화는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발전한다. 물론 그 문 화의 개방 속에는 저급하고 음란한 것들이 다수 생 기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부분들은 높은 문화수준 으로 걸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규제라는 무기 를 가지고 그 문화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만화의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약한 이유는 오랜기간의 무수한 검열장치이다. 순정만화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가 여자와 키스를 하면 동성애 라고 하고, <짱구는 못말려>를 보면서 버릇없고, 밝 히는 아이를 묘사한 불량만화라고 하며, <슬램덩크 >를 보면서 폭력만화로 규정하는 속에서는 어떤 그 림도 그리기 어려울 것이다. 왜 우리 작가들이라고 <슬램덩크>나 <짱구는 못말려> 같은 작품을 그리 고 못하겠는가? <둘리>가 공룡으로 탄생한 것도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화에서 어린이는 어른들에게 반항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문, 방송 등 언론 의 만화에 대한 태도는 심각하게 문제점이 많다. 만 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만화 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으며, TV 토론회를 열어서 만화에 대해 철저하게 아는 게 없는 사람들과 집단 이 앞다투어 나서서 일방적으로 토론하고 결정짓고 만화를 매도한다. 그리고 나선 만화산업이 엄청난 규모의 시장인데 국내의 만화가들이 그 만화산업을 가꾸어갈 힘이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자신들이 발전해 나갈 여지를 철저히 짓밟고 있으면서 말이 다. 그리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천박한 만화로 일본 은 떼돈을 버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한심한가?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한 한국만화의 미래는 없다. 한국에서 만화는 아동용이어야 하고, 도덕 교과서와 같아야 한다. 이런 심의나 사고의 근본에 깔려 있는 것은 정말로 무시무시하다. 그것은 '국민들은 스스 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엘 리트인 우리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라는 것 이다. 그들은 어리석은 국민들이 혹시나 불미스런 일을 저지를까 두려워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어리 석은 국민들이 엉뚱한 상상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화뿐만 아니라 문화전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다. <천국의 신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성인만화와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는 포르노물이다. 우 리나라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해야 하고 그들이 말한 건 무조건 믿어야 한다. 검찰 에서 <천국의 신화>를 포르노라고 했으니 우리들도 잔말말고 그들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현세를 비롯한 만화가들은 사법처리를 해야한다. 그들은 하찮은 만화를 그리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만화를 예술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우를 범했고, 반성문을 쓰면 봐준다는 검 찰의 선처에도 불구하고 반성문을 쓰기는커녕 절필 선언을 하는 등 감히 대한민국 검찰을 우롱하고 반 항을 일삼으니 구속이 마땅할 것이다. 만화는 산업만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 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상업예술 이며,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꿈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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