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마다 새로운, 未知의 그녀를 만나다... ]

국내·외에서 운영중인 한글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과연 인터넷 채팅방이 남녀간 성거래의 온상인지, 미지의 대상을 상대로 건전한 만남의 매개체로서 자리잡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몇몇 대화방을 제외한 대다수의 공개 대화방에서는 ‘저속하고 불건전한 대화를 삼가해달라’는 업체 측의 권고대로 ‘야함’의 도가 지나친 ‘음란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비공개 대화방에서는 실제로 어떤 얘기가 오고 가는지를 알아 볼 수 없었다.
결국 필자는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되어 있는 남성들 몇 명에게 취재를 도와달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중 대학 휴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20대 초반의 남성으로부터 답신이 왔다. 그의 조건은 단 하나, 몰래카메라를 소지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고서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낼 수 있었다 .

■ 군입대를 몇 달 앞둔 휴학생 이모 군은 이메일용 명함을 가지고 있다. 명함에는 얼굴과 자신의 상체를 촬영한 사진과 키, 몸무게 등의 신상명세, 메일 주소 등이 함께 입력되어 있었다.

이메일 명함을 만든 이유는 대화방에서 만난 여성들이 그에게 외모나 스타일을 물어올 경우, 이메일 명함을 전송해주고 연락을 기다린다는 것.
그는 유부녀들과의 채팅을 통한 만남으로 용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인터넷 헌팅맨으로 나섰다고 한다.

유부녀들과 성관계를 맺고 용돈을 얻으려는 그의 전략은 치밀하다. “밤늦은 시각에도 유부녀들과 채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주부들은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2, 3시 정도까지 채팅 사이트를 많이 찾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거나 유치원에 보낸 시각이죠.”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된 상대방에게 이메일 명함을 보내면 반 이상의 여성들이 그의 이메일 주소로 답장을 보내 온다고 한다.
이메일을 확인한 그는 상대방의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고 자신이 비공개 대화방을 어느 사이트에 만들어 놓을 테니 몇 시에 그 대화방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렇게 상대방과 채팅을 하게되고 하루 몇 차례씩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밖에서 만나자고 요청하면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생각보다 많은 유부녀들에게 ‘무료봉사’를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한번 만날 때마다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용돈을 주는 여성들을 만나 고된 육체노동(?)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그의 얘기로는 상대 여성들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대부분 어린 남자들과의 일회성 데이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월부터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역원조교제를 해오고 있는 그의 한달 수입은 평균 2백만원 정도. 한번 만날 때마다 데이트 비용은 상대방 여성들이 지불하고, 간혹 옷을 사주는 경우도 있어 지금까지 통장에 저축한 돈은 1천만원.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2천만원 정도를 모으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도 있다. “한번은 여자친구랑 PC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갔어요. 제가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어요. 그런데 걔가 다른 남자하고 채팅을 하고 있더라구요. 기분이 묘하던데요……. 저한테 들킨 여자친구는 곧바로 화면창을 지우면서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채팅을 했다고 둘러댔지만, 어쨌든 그날 저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코 자신의 여자친구가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채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괜찮지만 내 아내가 그러면 당장 이혼이라고 생각하는 유부남들에게 의미 있는 한마디다.

■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전전한지 이틀째, 필자는 뭔가 느낌이 오는(?) 한 여성과 채팅을 하게 되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심심한데 술 한잔 사줄 수 있느냐는 그녀의 물음에 자정이 지난 시각에 약속장소로 급히 나갔다. 올해 나이 스물 아홉이라는 건 채팅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직업이 없다며 스스로를 ‘노는 여자’라고 소개한 그녀였다.

Xzip : 채팅은 자주하시는가 봐요.
노는 여자: 하루에 6시간 정도 해요. 집에 전용선을 설치해서 부담이 없어서요…….

Xzip : 전에는 어떤 일 하셨어요?
노는 여자 : 그냥 술이나 마셔요. 그런 건 술 마시는데 안주도 안되잖아요. 맥주잔을 부딪치며 한시간 쯤 그녀와 자리를 함께 하다가 그녀를 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했는지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녀 또한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꼬치꼬치 캐묻는 필자의 태도에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 같으면 은근히 잠자리를 갖지 않겠느냐는 눈길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아 오히려 이상했다는 것이다.
노는 여자 : 저도 사실대로 말씀드릴께요. 저 술집 나가요. 어쩌다가 저녁에 출근하기 싫을 때는 새벽녘까지 채팅을 하는데, 그럴 때는 남자들을 만나요. 채팅방에서 만난 남자들요……. Xzip: 그냥 엔조이로요? 노는 여자: 저는 그냥 즐기려고 그러는데, 상대방에서 호텔이나 여관에 가자고 해서 따라가면, 헤어질 때는 돈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돈을 주는 사람들은 제 연락처를 알려주고, 다음에 또 연락하라고 하죠.

Xzip : 그럼, 윤락을 한다는 거잖아요.
노는 여자 :돈을 주고받는 것에 의해서 윤락이다 아니다를 결정한다는 건 우습지 않나요? 그냥 제가 하고싶은 대로 행동하는 거예요.

Xzip : 그럼 주위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 중에도 채팅을 하고 남자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지…….
노는 여자 : 서로 그런 말은 안하는데, 요즘 컴퓨터 못하는 애들 없더라구요. 게임방가면 연결이 되니까 다들 채팅은 하는 것 같던데, 아예 하던 일 그만두고 채팅 윤락으로 나서는 애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재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운영중인 업체는 60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 모든 사이트들이 폭발적인 접속률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일시에 수만명이 몰려드는 사이트는 불과 두세 곳에 지나질 않는다. 지명도와 운영방식에 따른 회원수와 일정시간에 접속한 이용자의 수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채팅방에 접속한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1:1 채팅에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연령이나 직업 등으로 구분된 채팅방을 클릭해서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상대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1:1 채팅을 신청하면 어렵지 않게 키보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상대방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둔 채팅의 방법은 연령별로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대들이 자주 찾는 방에서는 번개팅 등의 즉석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만나지 않겠느냐며 의향을 묻는다. 10대만의 특징이 있다면 인사를 나누면서 반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채팅을 하면서 그들의 느낌에 맞는 단어를 쓰지 않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20대 연령을 위한 채팅방에서의 대화는 주로 게임이나 요즘 유행하는 얘기들을 소재로 한다. 이들은 대화가 조금씩 진전되면 반말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신상을 묻는 경우가 많다. 30대가 넘어서면 요즘 하루 일과나, 직장 얘기 등을 화젯거리로 내세우고, 10대나 20대들보다는 다소 무게감이 실린다. 이들이 상대방의 연락처 등을 물어보는 건 어느 정도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쯤되면 자신의 연락처를 스스럼없이 가르쳐주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 한 인터넷 채팅 전문 사이트에 ‘여자들만 들어오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고 여성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미 대기실이나 대화방에 참여해 있는 여성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몇 차례 해보았지만 거절을 당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30대의 남성이 데이트 신청을 하면 거절을 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생성기 등을 통해 가짜 번호를 만들거나 주변의 나이 어린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회원가입을 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성인 사이트 들어가려고 주민번호 위조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채팅하려고 주민번호를 위조한다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데이트 신청에 거절을 당하며 20분쯤 기다렸을까. 한 여성이 필자가 만든 대화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필자는 그녀에게 곧바로 반말을 시도했다.
대학 3학년생인 그녀는 몇 차례의 대화를 나누더니, 불쑥 “외로우신 것 같아요. 저… 지금 심심한데 만날래요?”하며 술 한잔 사주지 않겠냐는 질문을 건네 왔다. 대화를 나눈 지 10분쯤 되었을까. 어쨌든 약속장소로 정한 그녀의 집부근으로 차를 몰았다. 시각은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이미 약속장소엔 그 여학생이 나와 있었다. 친구들과 약속이 없어서 집에 빨리 돌아오는 날이면 채팅 사이트를 찾는다는 그녀는 뭘 먹지 않겠느냐고 물으니까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햄버거 집에서 자리에 앉으며 그녀가 건네는 말이 당돌했다.

“아저씨. 돈 많아요?”
“아니, 별로 없는데……. 왜?”
“아저씨 채팅 첨 해봤어요? 돈도 없이 저 오늘 밤 어떻게 책임져요?”

그녀는 채팅방에서 만나서 약속을 하고 만나면 당연히 밤을 함께 새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쯤에서 사실을 말했다. 당황한 표정을 보이던 그녀는 맛있는 저녁을 사주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그다지 거부감도 없었다.

그녀가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성들과 만남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성적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부모님이나 주위사람들의 의심은 없었다고 한다. “맨 처음에는 제 친구가 어떤 아저씨를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나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함께 나가서 저녁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그랬어요. 돈도 받구요. 그다지 싫다거나 나쁠 것 같지는 않았어요. 물론 그날 제 친구는 그 아저씨랑 모텔에 가서 자고 10만원을 받았다면 자랑스럽게 얘기하더라구요.
저도 뭐 그다지 나쁘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생기면 채팅방이나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30대 아저씨들을 주로 만났어요. 저는 사실 돈보다는 그저 즐기자는 편이예요.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야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인터뷰를 끝내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으니까, 그녀는 마지못해 “오늘은 모자를 쓰고 나왔으니까 찍어주는 거예요.”하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어쨌든 요즘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남녀의 만남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알게 되었다. 인터넷의 그림자에서 발생한 워낙 많은 사건들이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좀더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취재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요즘 언론보도를 대하다 보면,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매매춘이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그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가 아닐까요.
기자 분이라고 하셨죠? 아가씨들을 만났다고 했나요? 어쨌든 아가씨를 만나야겠다는 목적으로 채팅을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아가씨들을 만나서 취재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그런 일들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아주 극히 일부분일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익명의 뻔뻔함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까지 다 싸잡아서 채팅을 하면 다 음란한 짓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되죠. 저나 제 친구들은 음악 전문 사이트에서 채팅을 자주 하는데, PC방에서 채팅을 하고 있으면 주위 남자들이 혹시나 그렇고 그런 여자 아닌가 하는 눈길로 보는 걸 느낄 때도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채팅방에서 음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떠드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요.

” 그들에게 있어서의 문제는 어느 특정한, 문제가 되는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의 차이였다.

취재·사진/김선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