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간 호
화 상 채 팅
X-ZIP vol


 ■ 화상채팅 時代有感
  생면부지의 時代遺憾을 넘어서


 채팅(Chatting)이라……. 사전적 의미로는 ‘잡담’ ‘담소’를 뜻한다. 한 두 사람이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는 의미 자체가 해체된 건 90년대를 넘으며 PC통신 채팅방을 통해서다. 말로 나누던 의사 소통이 ‘또각 또각’ 키보드를 통해 문자로 나타나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통신 채팅은 정보 통신의 센세이션이라고 하기엔 충분했다.

이쯤 되면 채팅의 원론적, 혹은 변이적 과정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요점은 바로 이거다. “또 다른 채팅의 시대가 왔다!”는 것. 유행의 벼랑 끝으로 밀려났다는 스타크래프트는 아직까지는 PC방 인기품목의 대열에 여전히 건재해 있고, 레인보우 6 또한 게임 매니아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 PC방에는 그런 종류의 게임 외에 새로운 아이템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름하여 화상채팅! 손바닥보다도 작고 느릿느릿한 속도의 화면이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직접 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과 더불어 재미를 부추길만하다. 그렇기에 요즘 ‘잘 나가는’ PC방이라는 얘기를 덧붙이기 위해선 화상채팅 시스템이 반드시 갖추어야 될 품목중 하나라고 할 정도다. 모니터 위엔 작은 렌즈의 카메라가 채팅하는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데,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한 다음 화상채팅 전문 서비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상대방과의 채팅, 아니 ‘면담‘을 즐길 수 있다.

화상채팅을 주로 이용하는 이들은 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보다는 그 연령층이 높다고 한다. 일반 키보드 채팅에서도 나이가 많으면 왕따를 당해서인지 나이를 속이고 화상채팅을 시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이를 속일 수 있다면 화상채팅을 통해 모니터에 나타나는 영상의 해상도는 실물을 그대로 구현하기에는 아직은 좀 이르다는 의미로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강남의 어느 PC방. 이곳에 문을 연지 6개월 정도. 처음에는 화상채팅 서비스 없이 주로 게임 서비스 위주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두 달쯤 전부터 오는 손님들마다 화상채팅 서비스 여부를 물어와서 이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화상채팅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낮보다는 주로 밤에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밤의 채팅’. 뉘앙스가 왠지 모르게 야릇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화상채팅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전문 웹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한번의 가입으로 통과의례는 끝이다.
대다수의 PC방에서는
러브헌트(http://lovehunt.com)
씨앤조이(http://www.seenjoy.com)
POPMEETING(http://ping.hanil.co.kr)
모두모두(http://www.modumodu.co.kr) 등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놓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웹사이트가 화상카메라가 없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시판이나 공지사항을 보는 것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웹사이트 전용프로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웹사이트에 접근을 하는데 카메라가 없으면 설치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채팅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얼굴 보이는 것 말고는 일반 채팅과 다름없다.

20대 대화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갖가지 포즈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화면에 나타나고, 담배 피는 사람, 껌 씹는 여자, 화장진한 얼굴을 들이대는 여자……, 처음 만나는 사람의 얼굴을 대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여러 군데의 방을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개의 방에 12명의 인원이 정원이라고 한다.

12명을 넘지 못하는 것은 한 화면에 등장할 수 있는 인원이 12명을 넘으면 화면크기가 그만큼 작아져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고, 기존 채팅을 하던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12명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1:1 대화도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네티즌들이 화상채팅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얼굴을 보면서 채팅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나이를 짐작할 수도 있어서, 일반 PC통신 채팅에서 나이를 속이고 대화방에 들어오는 이들을 어느 정도는 격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 채팅에서는 대화명으로 그 사람을 추측하고, 오가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채팅을 하다가 번개에 나갔는데 폭탄 맞을 걱정이 없다’고 주장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용객들이 이 세 번째의 경우를 화상채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1:1 채팅을 시도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이에 속한다. 더불어 가까운 곳에 살면 직접 만나는 경우도 있다. 간혹 화상채팅 도중에 집에서 집에서 접속하는 이들 중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상대방에게 성희롱을 하는 상황을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화상채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너무 얼굴만을 따지지 않는 화상채팅 예절을 지킵시다!!

   


■ 집에서 즐기는 화상채팅 컴퓨터 - 통신환경

1. 케이블 모뎀이나 ADSL 등의 고속 통신망을 갖추어야 한다. 56k모뎀으로는 1:1대화는 다소 느리더라도 이용할 수 있지만 대화방의 경우는 최대 12명의 화상이 모니터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2. 컴퓨터는 최소한 펜티엄2가 필요하다. 물론 호환기종으로도 가능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 사양이 필요하다.
3. 만약 컴퓨터 사양이 화상통신 카메라 판매업체에서 말하는 권장사양(펜티엄2, 램은 32MB 이상)이 안된다면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성이 있다.
4. 화상 카메라들 대부분이 USB포트 방식 카메라들이라서 이것을 꽂을 수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구입 한 컴퓨터라면 USB포트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것을 구입한 다음 꽂아주고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5. 컴퓨터가 준비 되어있다면 음성지원이 가능한 화상채팅도 있으므로 마이크가 필요하다. 화상전화 기능도 겸할 수 있다.

케이블 모뎀이나 ADSL을 쓰면 전화비 걱정은 다소 덜 수 있다. 기존 모뎀으로 통신을 하면 정액제 신청을 하더라도 밤에서 새벽까지 일정액의 사용료가 필요한데, 요즘 고속 통신망의 경우는 비슷한 요금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속도는 최저속도 기준으로 56k모뎀에 비해 4배에서 10배정도 빠르다. 고속통신망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은 정액제를 신청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인터넷 사용을 하는 이들이라면 요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액제 통신 이용을 권장한다.

글/윤여창(enoth@hanmail.net) 사진/안광조


















■ 프리랜서 P씨의 일일


띠리리리 띠리리리 8시 40분.
자명종의 전자음 소리에 잠을 깬 P씨. 식탁 위에 놓인 포트의 스위치를 켜고 커피물을 끓인다. 회사의 회의 시간은 9시. 그는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어제는 회의시간 1분전에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로 책상 앞에 앉았더니, 팀장으로부터 괜한 꾸중을 들었다. 올해로 사회생활 3년째를 맞는 그는 현재 강남에 있는 광고 기획실에 근무 중이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지면 광고 디자인. 카피라이트와 이미지를 이용해 전단이나 카탈로그 제작을 하는 디자인 업무다. 요즘 그가 맡은 작업은 의류회사 신제품 카탈로그. 그 혼자 모든 작업을 맡은 게 아니라 3명의 편집 디자이너가 일을 분담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맡은 10여 페이지의 작업중 이제 남은 것은 한두 페이지의 시안만 마무리하면 된다. 8시 58분. P씨는 디자인팀 회의를 하기 위해 침대 옆에 있는 책상 앞에 앉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은 18분만에 끝냈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 7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을 먹는둥 마는둥하며 지하철을 타면 출근시간 8시 30분까지는 무척 빠듯했지만 이제는 일이십분이면 그의 방에서 나가는 일 없이 출근이 끝나는 셈이다. 오늘 새벽까지 작업한 것들은 새벽녘에 팀장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지금살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에 제공되던 고속전용망을 이용했었지만, 회사에서 설치해준 T1급 전용선을 이용하면서 전송 속도에 있어서 10배 정도 시간을 단축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P씨에게 보낸 파일은 고속전용망을 이용한다. 다운 받는 속도는 고속전용망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켜고 회사 화상회의 서버에 접속하고 대기한지 1분. 디자인팀 동료인 S와 Q의 얼굴이 나타났고, 팀장이 연이어 회의방으로 접속해서 들어왔다. 3시간 이상 회의를 계속할 때도 있어서, 목돈 모아 마련한 평면모니터가 눈의 피로를 덜어 주기도 한다. 어제 저녁에 여자친구가 집에 찾아온다고 하던 Q는 얼굴에 웃음이 환했다.

S는 금방 일어났는지 눈꺼풀이 무거운 모습이 역력하다.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니 팀장이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스위치를 꺼버리는 눈치다. “P씨! 카메라 좀 똑바로 놔. 얼굴 안보여!!” P씨는 재빨리 비뚤게 놓여져 있던 카메라를 자신의 얼굴이 비치게끔 가져다 놓는다. 디자인 작업 완료일이 이틀 남은 오늘은 지금까지의 작업들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도 함께 이루어졌다.

S와 Q가 보낸 작업 내용들을 새벽에 검토한 P씨는 그들에 비해 자신의 디자인 컨셉이 패션 자체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제작사와 의류의 이미지에 촛점을 두고 카피를 강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팀장 또한 P씨와 같은 지적이었다. 2시간의 회의 끝에 결국 팀장은 P씨의 작업 아이템을 카탈로그 첫부분에 적용시키고 세부적인 디자인은 S와 Q의 컨셉에 맞추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P씨는 카탈로그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끝낸다. 화상회의가 아닌 실제 총괄회의는 개별 작업을 끝낸 다음날 갖기로 했다. 총괄회의는 정규 출근일 이외에 팀장의 요청에 의해 회사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요일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요일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회사 출근일이기 때문이다. 11시 30분. 회의를 끝내고 그는 컴퓨터를 종료시킨다. ‘띵동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회의 시작할 무렵에 인터넷으로 동네 베이커리에 주문한 식빵이 배달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