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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혹시 펑크내시거나 잠수 타신 적은 없나요?
제가 <아이큐점프>에만 10년 연재를 했는데 단 한번도 펑크낸 적도 없고, 원고마감에 늦은 적도 없어요. 약속은 확실하게 지키려고 하죠. 제가 술을 좋아해서 술 약속이 있다면 밤을 새서라도 원고를 끝내놓고 외출을 해요.

상당한 애주가이신가 봐요. 종류는 주로 어떤걸…
주종은 안가리죠, 이제까지 한번도 술에 취해본 적이 없어요. 술 먹다가도 취할 것 같다 싶으면 혼자 스르륵∼ 사라지는 스타일이예요. 집사람이 '명예를 얻으면 건강을 잃는다'는 말이 꼭 맞다고 걱정을 하죠.

작업하실 때의 남다른 습관 같은 건 없으세요?
본작업 끝내고 펜으로 덧칠하는 등의 간단한 작업을 할 때는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한 손에는 펜을 들고 어깨에 전화를 낀 채 사람들이랑 통화하면서 작업을 해요. 제 오랜 습관이예요,

무대리가 화제가 되는 만큼 비난의 말도 들릴 것 같은데요, 애독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어떤 걸까요?
음담패설이나 성적인 부분을 소재로 했을 때…. 그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어요. 신문 연재초기에 그런 이유로 2번인가 원고를 빠꾸 당한 적이 있어요, 성적인 면도 우리사회의 한 부분인데 너무 민감해서 다루기가 힘들어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용하다 용해>가 음담패설이나 성적인 내용을 설명해서 보여주지 않고 은근슬쩍 흘린 다음 독자의 공범의식을 부추긴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면이 만화의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용하다 용해>가 깔깔대는 유머 속에서 날카로운 한방의 교훈을 주는 만화인만큼 사회의 유머분위기를 한단계 앞서 있어야 할거 같거든요, 그 지치지 않는 유머감각의 원천은 뭐죠?
타고난 거죠. 하하. 만화를 시작할 때부터 '만화적인 표현'이나 '코믹한 내용'을 잘 다룬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천직인가봐요.

만화를 해야겠다고 확신한 시기는 언제였나요?
저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익혔는데 그때부터 만화책을 열심히 봤어요. 요즘 애들이야 세계의 만화책을 종류별로 다 볼 수 있지만 그때는 기껏해야 동물만화나 전쟁만화가 전부고, 책에 끼어 있는 토막만화 한두 컷 보려고 두꺼운 책을 샅샅이 뒤지고 그랬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그러다가 학교에 입학해서 미술부에 들어갔어요, 그때는 순수미술을 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만화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집에서는 미술공부를 하다가 만화를 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불호령을 내렸죠. 하지만 전 고집을 꺾지 않고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독고탁 만화로 유명한 이상무 선생님을 찾아가서 1년 정도 문하생으로 있었어요. 이상무 선생님의 대표작 중에 '울지 않는 소년' '비둘기 합창' '아홉개의 빨간모자' 등이 제가 문하생으로 참여했던 작품이예요. 그러다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방위받고 나서 25세 때 겁도 없이 <던져진 목걸이>라는 아동만화를 출간했어요. 그때는 이현세, 배금택 씨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인데 저 혼자 하려니 힘이 딸렸죠, 하지만 문하생 시절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만화가로 살아오면서 별다르게 힘든 시기는 없었어요.

이제까지의 인생의 전부를 만화가라는 타이틀로 살아오셨는데, 슬럼프는 없었나요?
어린이 만화잡지에 있을 때 애들 감각에만 맞추다 보니까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 못했고, 매주 순위 매기는 것에만 연연하게 되더라구요. <용하다 용해>는 성인만화인 만큼 하고싶은 말을 마음껏 하면서 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서 좋죠. 이제 제 나이가 마흔이 다됐는데 만화가라는 직업 자체를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몇 달 전에 독감에 걸려서 1달 동안 앓았을 때 원고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그림을 그렸어요, 창작을 해야 하고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직업인 만큼 몸이 아플 때 힘들어요.

만화가들도 만화책을 많이 보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않봐요, 볼 시간도 없구요. 그런데 요즘 나오는 만화들은 캐릭터가 다 비슷비슷해요. 자기만의 캐릭터를 찾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까워요,

우리나라 만화는 그림실력은 세계적인데, 스토리가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그게 우리나라 만화시장이 일본만화에 잠식당하고 있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맞아요, 그래서 전문 스토리작가의 활동이 급선무인데, 지금 실정으로는 스토리작가 조차 다작을 하지 않고는 안될 정도예요. 일본은 1년에 한 두 편의 만화만 제작해도 생활이 되니까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에 충실할 수 있고, 또 인기 있고 작품성도 우수한 만화들만 들어오니까 우리나라 만화와는 경쟁에서 앞설 수 밖에 없죠.

만화 안그릴 땐 뭐하세요?
테니스 쳐요. 제가 15년 동안 테니스를 쳤거든요. (오홋- 그제서야 화실 벽에 뜬금없이 걸려 있는 6개의 테니스라켓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만화를 배우는 문하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현재 만화를 배우는 문하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제 화실엔 3명의 문하생이 있는데, 항상 '재미있는 걸 보여줘라'고 얘기해요. 아무리 그림이 뛰어나고 스토리가 멋있다고 해도 독자가 봐주지 않으면 그 만화는 죽어버리거든요. 만화가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예요. 정말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만화가가 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무대리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한말씀 남겨주세요.
처음 시작할 땐 6개월만 하자, 나중에는 1년만 해보자 했던 게 벌써 400회가 넘었네요. 이제 팬들이 '무대리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정도니, 팬들이 외면하지 않는 그 날까지 무대리는 건재할 겁니다. 그저 재미있게 봐주세요. 한편이 다소 실망스럽더라도 다음 편을 기대하면서 무대리 계속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