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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 근처의 조그만 카페. 눌러쓴 모자로도 피곤의 기색이 가려지지 않는 강주배 씨와 조촐한 인사를 마친 후 한가지 음료로 한 철을 나는 기자는 오늘도 아이스티를, 강주배 씨는 요구르트를 주문했다. 오잉? '만화가들은 카페에서 찾는 것도 만화같군…'하는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강주배 씨 왈 "제가 어제 술이 좀 과해서요. 근데 속푸는 덴 뭐가 좋죠?" "저는 속풀 땐 떡볶이를 먹는데… 그 분위기는 아니네요." 기자의 궤변에 배를 움켜쥐며 화장실 자세를 선보이는 강주배 씨. 그가 방심한 때를 놓칠세라 머리 속의 질문차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만화가를 보면 만화의 주인공을 닮아 있을꺼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음… 저와 독자들을 실망시키시네요.
하하.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근데 저보고 무대리를 닮으라고요? 그러면 더 실망하실텐데요.

허걱- 그럴수도 있겠네요. 한쪽에서는 '대박'이라고도 하고 또 한쪽에서는 '무대리 신드롬'이라고도 하는데, 요즘 근황이 어떠세요?
한마디로 말해서 인기작가 대우를 해주죠. 제 이름은 몰라도 '무대리' 하면 다들 알아주니까요. 얼마 전에는 친구들이랑 술을 먹는데 주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벽에 무대리를 그려달라고 하더라구요. 혼쾌히 즉석에서 그리고나니까 주인이 고맙다면서 술값을 안받겠다고 그러더군요. 무대리가 술까지 안굶게 할 줄은 몰랐지요. 하하.

직장인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이 무대리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무대리가 화제가 되는 원인은 바로 평범함이죠. 기존의 만화 캐릭터들이 날카로운 이미지 일색인 흐름에서 전 반대로 둥글둥글하고 한국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또 잘 그린것도 같고 못 그린 것도 같은 그림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시트콤만화라는 장르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용하다 용해>가 직장인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직장인을 위한 만화라기 보다는 항상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보통 사람들의 얘기죠. 직장이 아니고서도 윗사람이 만들어내는 까다로운 분위기와 아랫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시민적이면서 잔꾀부리는 분위기는 일상의 어디든 있는 거잖아요.

제 주위에 왜 하필 이름이 '무대리'인가로 침튀기며 싸우는 인간들이 있거든요. 그들을 위해서 확실한 해명을 해주세요.
원래 무대리라는 캐릭터는 신문사에서 급하게 제의를 받아서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진 캐릭터에요. 무대리의 본명은 '무용해'인데, 특별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이미지로 생각해 낸 이름이예요.

처음 시작하실 때는 김기정 씨라는 스토리작가와 업무를 분담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스토리까지 혼자 구성하시는 이유는 뭐죠?
예전에 모 만화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던 시절에 김기정 씨가 제 담당기자 였어요, 그 친구가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스토리작가로 전업하면서, 저와 일을 시작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원고를 써오면 저는 제 이름이 걸린 만화니 만큼 수정하는 부분이 있고, 그 친구는 자신의 글에 대한 욕심이 있고 해서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작년 9월에 기정씨가 다른 쪽의 일을 시작하면서 저도 그만둘까 하다가 결국은 스토리까지 전담하게 됐죠. 연재만화이면서도 시트콤만화라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재미가 있으면서도 감동을 주고 최종회 내용까지 염두에 두고 이어나가야 하니까 정말 힘들어요. 초기에 김기정 씨와 일할 때는 하루에 10편까지도 원고작성을 했었죠

강주배 씨는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스토리의 소스는 다 어떻게 얻으세요?
일부러 찾거나 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얘기해 주기도 하고 거의 생활에서 느끼는 편이예요. 무대리가 나를 모델로 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해도 무대리의 감정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닮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