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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패티시즘 환자다!??
우리가 서양의 속옷을 접한 것은 개화기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여성의 속옷이 팬티와 브래지어로 대변된지도 실상은
얼마되지 않고, 브래지어가 속옷에 정착된 것은 겨우 약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내의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삶에 자리잡은 것은 전적으로 '빨간 내복'의 공헌이다. 60년대, 70년대 최고의 효도상품이었던 빨간내복은
누나가 입다가 헤지면 동생이 입고, 동생이 입다가 누더기가 되면 방걸레로 쓰이다가 마지막엔 연탄아궁이의 불구멍
마개로 장렬히 사라진……, 빨간내복은 내복의 전성기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이런 빨간 내의의 시대를 거쳐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쁜 레이스가 달린 란제리를 선호하는 여성이 급증하였다. 그리고 90년대 들어 패션시장은 점차 이너웨어와
아웃웨어의 구분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데 그 주범은 마돈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원뿔 모양의 브래지어와 거들 팬츠
차림으로 라이브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마돈나의 노골적인 섹시 패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란제리 룩의 신화로
기록되었다. 속옷의 무한한 발전은 속옷에 관한 도취와 집착이라는 패티시즘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패티시즘은 인간
자체보다는 속옷 자체를 통해 성적인 쾌감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과거 남성 변태들의 성향으로
취급받던 패티시즘이 최근엔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속옷 등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성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기와 대체할 수 있는 대상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성적인 관심은 성기로
이어지지 않고 순수하게 속옷에 대한 관심으로만 끝난다. 일반 여성의 하루가 남자친구와 하룻밤을 기약한 데이트가
없어도, 신중하게 팬티를 고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되는 것도 섹스 어필과 나르시시즘이라는 심리가 숨어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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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의 역사는 고작 30년?
서양이나 동양 모두 노팬티의 역사가 팬티의 역사보다 길다. 프랑스 여성들은 16세기경부터, 영국의
여성들은 18세기 들어서야 처음으로 가랑이 팬티의 기원인 드로우즈를 입기 시작했다. 인도의 여성들은
그들의 겉옷인 사리 속에 페티코트 이외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한복에도 팬티는
없다. 속저고리, 속곳과 같은 것을 착용하긴 했으나 그것은 특정 계급만을 위한 옷일 뿐 대중적인
속옷은 아니었다. 간혹 속바지나 고쟁이, 전통적인 반바지인 베잠방이를 속옷 혹은 팬티라고 보기도
하지만 아낙네들이 속바지나 고쟁이 차림으로 들에 나가 일했던 것으로 보아 그것이 속옷이 아니라 겉옷의
한 종류인 작업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팬티의 기원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그 첫번째는
T자형 띠 기원설이다. 이것은 팬티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데서 온 가설로 여성들이 생리를 할 때에
T자형의 띠를 하고 세척하여 사용하곤 하였다는데, 이 T자형 띠가 팬티의 기원이라는 설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버터플라이 기원설이다. 버터플라이란 스트립쇼에서 스트립걸들이 마지막으로 걷어내는 손바닥만한
작은 천 조각이고 최후의 부분을 감추는, 벗기 위해서 가리는 장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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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가
의미하는 것은 기능성이 아니라 상징성의 의미다. 그 중간에 코르셋시대가 있기는 했지만 코르셋과 팬티는
그 기원이나 개념이 전혀 다르고 코르셋을 사용하는 여자는 코르셋을 착용하기는 해도 그 안에 팬티를
입고 있기 때문에 팬티와 코르셋은 목적이 다르다. 17세기 유럽 귀족사회의 여성들에게 코르셋은 마치
자신의 신체의 일부와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궁정의 귀부인들에게 메디시스 왕녀는 '웨스트는
33cm로 하라'고 공포하였고 귀부인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꽉 조이고 가슴을 받쳐 올려 위험해 보일
정도로 섹시한 실루엣을 만들기에 애썼다. 이 시대의 코르셋은 철이나 고래의 뼈 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단한 고통이 따랐고 코르셋은 아름다움과 고통의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속옷
역사에 비극으로 기록되는 것은 당연 정조대이다. 십자군 원정을 가는 병사들이 부인들의 정조를 지킨다는
미명으로 두꺼운 쇠로 팬티를 만들어 입히고, 자물쇠를 채워두고 떠난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의 성이
얼마나 문란했던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십자군 대열엔 엄청난 수의 매춘부가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장장이들은 열쇠를 두 개로 만들어 두었다가 남편이 1개를 찾아 떠나고
나면 남은 1개의 열쇠를 부인들에게 비싼 값에 팔았다고 한다. 악법 위에는 편법이 있는 걸까. 어쨌거나
지금과 같은 가랑이 팬티가 등장한 것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증가하면서
승마가 성행해 가랑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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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팬티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가랑이의 접합부분이 나뉘어져 오픈된 드로오즈가 등장하게 되었다. 스커트의
길이와 속옷의 변화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드로우즈도 처음에는 무릎 아래 길이였던 것이 미니스커트의
유행으로 무릎선으로 올라와 점점 짧아져 가게 되었던 것이다. 70년대에는 여성운동과 저항문화, 미니스커트의
붐으로 인해 몸의 노출이 확대되었는데 이 시기 여성들의 몸매를 조이던 과거의 코르셋, 브래지어,
거들은 공개 화형식을 당했으며 오늘날 섹시함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노브라는 여성 해방의 상징물로 인식되었다.
팬티 역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으며 단순한 가리개로 그 역할이 고정되는가 하면 노팬티 지지자들로
인해 팬티가 사라지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는 여성 특유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새로운 페미니즘의 풍미와 맞물려 새로운 팬티 시대가 도래했다. 패션계에 불어닥친 복고풍의 영향으로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팬티나 관능적인 란제리들이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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