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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말대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미끈하고 촉촉한 감촉이 손가락 끝에 전해진다. 이 순간만 되면 실제로 그를 만나고 싶어진다. 온라인으로 서로에게 전해지는 모니터 위로 떠오르는 글씨만으로도 이렇게 야릇한 흥분이 시작되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 아닌가 싶다. 감정이 없는 사이버섹스라지만 상대방이 나를 인식하고, 내가 상대방을 인식하는 만큼 사이버섹스는 감정이 오가는 게 아닐까. 미끈한 감촉을 즐기며 손가락으로 가장 민감한 돌출 부위를 매만진다. 시큼할 정도의 감촉이 내 하체의 중심에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먹은 오렌지의 신맛을 즐기기 위해 천천히 입안에서 씹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감각의 집중된 포인트에 액체를 바른다. 그는 나를 위해 자극적인 말들을 모니터 위에 떠올린다. 매번 반복되는 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각, 그 동시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게 흥분의 도화선이 된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의자를 뒤로 밀어 다리를 벌리고 책상 위에 발을 놓는다. 나의 하체는 뜨겁다. 그가 바람을 불어 준다. 나는 그가 불어주는 바람에 내 온몸을 맡긴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살며시 민감한 피부에 닿는 그의 입김에 내 긴장의 감정이 쏠리고 터지기 시작한다. 나는 강물 안에 손을 넣어 강물을 휘휘 젖고 있었다. 뜨겁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전해지는 액체의 감각과 내 손길이 나의 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다가온다. 그는 강물에 고개를 내밀고 목을 축이고 싶다 했다. 난 그에게 내 모든 것을 가지라고 한다. 정말이지 어느 누구에겐가 소유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가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가길 원했다. 그도 풀어헤쳐진 내 육체를 바라보고 있다며 흥분의 곡선, 그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내 눈앞이 하얘지는 걸 느낀다. 그는 내 얼굴에 사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의 의지를 거절할 틈이 없다. 어떻게라도 좋아. 나를 찢어 줘!!!

미국 섹스중독 및 강박관념 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이버섹스 세미나에서 “사이버섹스가 사회 각계각층에 이를 정도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많은 여성들과 동성애자들이 사이버섹스에 빠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이버섹스 세미나에서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인터넷 이용자의 약 27%가 섹스 채팅룸이나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주로 사이버섹스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며 이중 약 12%는 매주 13시간 정도의 사이버섹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섹스는 주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설정되는 만큼 남녀의 비율은 일정 했는데, 전체 사이버섹스 중독자의 19%가 동성연애자임을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앨 쿠퍼 박사는 “여성들이 남성 섹스 파트너의 폭력과 성병 감염 등에 대한 우려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안전한 섹스를 경험하며 자신들의 성충동을 만족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사이버섹스의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과 순간적인 만족감이 보장된다는 것”이라며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여성과 공개적인 데이트를 꺼리는 동성연애자가 섹스를 매개로 한 채팅을 하며, 사이버섹스의 수단으로 여성의 절반이 채팅을 선호하고 음란사진을 선호하는 여성은 23%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이버섹스 중독자들이 사이버섹스를 정상적인 섹스보다 도덕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실제 성관계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가정불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handsome] 느꼈어?
[sexy missy] 응
[handsome] 나 지금 너 무척 보고 싶어
[sexy missy]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거 하는 게 되게 이상해.
[handsome] 나도 그렇지 뭐. 그런데 이런 거 정말 나하고 처음??
[sexy missy] 정말이라니까...
[handsome] 언제 만날까? 우리...
[sexy missy] 아직은...
[handsome] 왜? 남편한테 미안해?
[sexy missy] 그런 거 묻지마
[handsome] 미안^^
[sexy missy] 근데... 나 만나고 싶어?
[handsome] 너만 좋다면...
[sexy missy] 다음 주쯤 만날래?
[handsome] 와우!! 언제라도 너만 좋다면...
[sexy missy] 자기가 상상하고 있는 거랑 실제 내 모습이 다르다면 어떡할래?
[handsome] 그래도 널 사랑할 수 있어
[sexy missy] 사랑이란 말 너무 쉽게 하는 군...
[handsome] 아마 난 네가 이혼한다면 너랑 결혼할 수도 있어.
[sexy missy] 난 그럴 자신 없는데
[handsome] 내가 너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로 되는 것 아냐?
[sexy missy] 후훗! 아부하지마. 나 이제 나가야 돼.
[handsome] 남편 일어날 시간이야?
[sexy missy] 응. 출근 빨리 하잖아.
[handsome] 그럼 내일 또 보자. 잘 자구....
[sexy missy] 응 그래. 자기도 잘 자...

채팅창을 끄고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왔다. 동이 텄는지 이미 거실엔 검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거실 벽시계의 시각은 새벽 5시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침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남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차려주고, 출근을 시키고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캐나다의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러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한가지 실험. 두 개의 버튼이 설치된 작은 방에 쥐 한 마리를 가두었는데 그중 한 쪽 버튼은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버튼이었고, 다른 쪽은 쥐의 뇌에 장착된 자극기가 작동해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버튼이었다. 쥐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외로 쥐는 먹을 것이 나오는 버튼은 누르지 않고 쾌락 버튼만 눌러대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이는 사이버섹스의 탐닉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