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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신경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 K(42세)씨는 최근 들어 사이버섹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작년 한해 동안 이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에서 사이버섹스 중독증으로 인한 상담자들은 10여명. 그들 대다수가 남성이었지만 올해는 7월 말까지 관련 상담자들의 수가 50명이 넘었으며, 그중 여성이 30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K씨의 말에 따르면 사이버섹스에 중독되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대부분 기혼 남녀라고 한다. “남성들은 심야 시간대에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편이지만, 여성들은 오전이나 새벽 시간대에 채팅을 통해 사이버섹스를 탐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신분 노출을 꺼려 클리닉 센터로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백 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주된 원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컴퓨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만큼 익명성이 보장되고 배우자와 가졌던 성적 대화에 비해 뭔가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예로 든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버섹스는 익명으로서의 만남을 넘어 실제의 만남까지 이르는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다. 글/김선호(자유기고가)

“에이 씨. 웬 여자가 무슨 할 일이 그리 많아 밤새 인터넷 한다구 저리 난리를 떠는 거야…….” 새벽녘, 침대를 뒤척거리며 잠을 자던 회사원 최씨는 자신이 누운 옆자리에 아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건넌방 출입문을 향해 마른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어이! 안 잘 거야?” 침실에서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편... 모니터 화면 오른쪽 아래의 시각을 본다. 3시 10분. 그 사람과 두시간이나 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handsome] 지금 뭐해??
[sexy missy] 아니...
[handsome] 아무 말이 없어서...
[sexy missy] 아,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handsome] 그럼 지금 타와. 내 꺼도 한잔 부탁^^
[sexy missy]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앞에 없으니 아쉬울 뿐...
[handsome] 그럼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라도.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조금 전에 나를 부르던 남편은 또다시 잠들어 있다. 어느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 출근 시각은 오전 6시 30분. 서울 외곽에 연구소가 있어 혼잡 통행 시각을 피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지금부터 3시간 동안은 남편이 아닌 모니터 속, ‘핸섬가이’라는 ID의 그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핸섬가이와 나는 거의 한달 동안 주말을 제외한 새벽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29살. 나보다 다섯 살 연하남이다. 실제로 얼굴을 본 남자는 아니지만 그와 채팅을 하고 있는 그 순간보다 내 마음이 편안할 때는 없는 것 같다. 내가 밤마다 얼굴도 모르는 어린 남자와 채팅을 한다고 해서 남편과의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결혼을 한 부부 사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생활에 대해 그다지 간섭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남편은 내가 새벽까지 채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한다. 그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남편은 순진하다. 난 남편의 그런 성격이 맘에 들지만 때로는 파격의 일상을 즐기고 싶었고, 채팅을 하고 있는 그는 내 욕망을 꿰뚫고 있었다. 채팅 세 번째날, 우리는 서로의 나이를 떨쳐버리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내가 다섯 살 위의 남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도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머그잔에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